‘대구추상, 모험과 실현의 순간들’展
22/08/08 대구미술협회 조회 3317
봉산문화회관, 5일부터 ‘대구추상, 모험과 실현의 순간들’展
  • 황인옥
  •  승인 2022.08.03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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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기 대구추상미술 모험·도전 미술사 재정립
수동적 방식·도제식 접근 등 탈피
작가 감정 적극적 표현 욕구 분출
정점식작-모자
정점식 작 ‘母子’
서석규작-풍경
서석규 작 ‘풍경’
오정향 작
오정향 작

 

봉산문화회관은 ‘대구추상, 모험과 실현의 순간들’전을 5일부터 9월 3일까지 1~3전시실(2~3층)에서 연다. 이번 전시는 미술 발전의 비전을 설계하고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과거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성찰이라고 생각하며 기획했다. 특히 근대미술에서 모던아트로 넘어가는 격동기 대구 미술의 흐름 속에서 시대적 변화를 이해하고 대응한 작가들의 태도를 살펴봄으로써 지역 미술사가 자연스럽게 정립되도록 하려는 취지가 담겼다.

한국현대미술은 1950년대 말 앵포르멜에서 1970년대 컨템퍼러리운동까지 현대미술의 거대한 변화의 물줄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성장해왔다. 이번 전시는 ‘대구추상미술의 출발’, ‘추상표현의 다양화’‘, 추상미술의 확산’, ‘디지털 아카이브’ 등의 소주제로 구성, 대구현대미술이 거쳐온 여정을 담아낸다.

 

먼저 ‘대구 추상미술의 출발’에선 자연주의 미술이 주류이던 시기에 정서적인 주제를 특유의 조형언어로 추상적인 해법을 실현한 고 정점식 작가와 태평양미술학교 유화과를 졸업하고 현대미술의 이론적 토대 위에 구축한 추상미술을 선보인 고 장석수 작가의 작품이 대표적이다.

정점식은 서정적이고 함축적인 추상이 돋보이는 1957년 작품 ‘모자(母子)’부터 1989년 원숙기에 제작한 ‘밤의 노래’ 등 자유로운 서체적 리듬감의 필적이 절제되고 격조있는 조형요소들로 표현된 작품 7점과 드로잉 2점을 선보인다. 장석주는 비정형적이고 비대상적인 극적 앵포르멜 경향이 담긴 1960년대 작품 ‘무제’, ‘작품’ 등 6점과 드로잉 2점을 전시하여 격정적이고 우연적인 자유 의식이 돋보이는 대구추상 전성기의 모습을 보여준다.

‘추상표현의 다양화’에선 고 서석규 작가와 고 이복 작가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선 두 작가의 작품 경향에 보이는 추상과 구상이 혼재된 이미지를 살펴보며 자연주의적인 화풍이 주류이던 1940년대 말부터 시작되는 추상미술 수용이 당시 작가들에게 내면화되는 과정을 살펴보고, 파생되는 또 다른 경향인 반추상적인 작품에 대해 알아본다. 1950년 한국전쟁 이후 두 작가가 보여준 형태 왜곡과 강렬한 색채는 완벽한 추상주의보다는 조형의 자유로운 변용을 통해 표현적 메시지를 격정적으로 전달하는 구상미술의 변형이라 할 수 있으며, 이런 경향은 당시 추상미술 수용에 있어서 많은 작가에게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이번 전시에선 서석규는 강렬함 속에 나타나는 율동적인 붓질로 인물 군집의 형상을 표현한 1960년에서 1970년대 사이 대표 작품 ‘귀로’, ‘난무’, ‘윤희’ 등부터 2003년 작품 ‘백운동의 가을’에 보여주는 감성적 풍경까지 8점이 전시되어 과감한 생략과 과장된 표현 속에 작가만의 감성적인 색조를 찾아볼 수 있다.

또 이복의 두텁게 칠한 거친 물감과 투박한 선으로 형태 변조를 무게감 있고 강렬하게 표현한 1960년대 대표작 ‘수상(隨想)’을 비롯한 풍경 시리즈 4점을 선보이며 작가 특유의 자유로운 평면적인 조형의식을 파악할 수 있다.

‘추상표현의 확산’에선 1950년대 말 서울의 대학을 다닌 고 박광호, 고 이동진, 고 유병수, 이영륭 등과 새로운 예술개념으로 무장한 김구림의 등장은 실험적인 추상화로의 열기를 더욱더 고조시키게 되며 추상미술의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던 시기 작가들의 작품을 만난다.

박광호는 화면의 조형적 분할을 통한 기하학적인 추상적 형태 위에 은유적인 이미지를 배치하여 당시 화단에서는 보기 드문 초현실주의적 경향을 선보인다. 대표작인 1970년대 작품 ‘알파와 오메가’, ‘생동’과 1950년대 말 기하학적 추상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콤포지션 G’ 등 총 8개 작품을 선보인다.

 

한국 포스트모더니즘과 실험미술의 선두주자로 평가받는 김구림은 대구에서 1959년 첫 번째 개인전과 1964년 ‘앙그리’ 2회전까지 활동하며 당시에도 동시대 미술의 전개와 맥락을 이해하는 실험적 화풍을 선보였다. 1990년 뉴욕 체류 시 제작했던 생명의 끊임없는 생성과 소멸을 보여주는 ‘음과 양(Yin and Yang)’ 시리즈 작품과 영상미디어 등 총 8개 작품을 전시한다.

이동진은 1960년대 ‘벽전’과 ‘벽동인전’ 창립 동인으로 초대작가들과 연관성을 가지고 이후 1980년대 와서 대구와 인연을 맺는다. 초기 앵포르멜 회화와 실험적인 오브제 중심의 작품을 제작하며 당시 전위적인 현대미술의 경향을 보여줬던 1970년대 ‘원전’ 시리즈와 ‘자연의 이미지’ 등 7작품을 선보인다.

유병수는 질료의 효과를 탐구하고 유기적인 화면분할과 자유분방한 드로잉 속에 본능적 행위를 반영하는 추상을 선보였던 작가다. 이번 전시에선 1960년대 비정형적인 채색화면에 나타난 자유로운 조형성이 발현된 작품 5점과 특유의 선이 붓질로 표현된 1978년 작품 ‘선의 이미지-78’와 갈색 톤의 색 번짐을 통한 공간분할을 선보인 작품 1979년 작품 ‘trace-7906’ 2점, 그리고 원숙기로 접어든 1989년 작품 ‘변용의 이미지’, 2003년 작품 ‘무제’ 등 기하학적 파편이 다양한 오브제와 드로잉과 결합한 심화된 추상표현 작품들을 소개한다.

이영륭은 1961년 대학교 재학 중에 상공회의소 화랑에 첫 개인전을 펼치며 지역 예술계에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번 전시에 초창기 작업인 1959년 작품 ‘무제’를 시작으로, 대담한 화면구성과 질료의 중첩으로 현시점에서 봐도 중후한 색채대비로 긴장된 화면과 역동감을 보여주는 1960년대 작품 ‘정토(淨土)A-103’ 외 3점, 그리고 1973년 ‘生’, 1987년 ‘인연(因緣)’ 등 강렬한 청색추상으로 변화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전시한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아카이브’에선 인터랙티브, 미디어파사드, 홀로그램 등 다양한 표현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동시대 작가의 시각으로 근현대작가들의 추상미술을 재해석하는 미디어아트와 모든 연령의 관객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프로젝션 맵핑으로 움직이는 아카이브를 구현해 실물 아카이브와 함께 역사를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한다. 격동의 시대적 변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1950년대에서 1970년대까지 대구추상미술 역시 새로운 모험의 시작이었으며 도전과 실현의 의미가 함축된 실존적 투쟁의 순간이야말로 오늘날 시대의 변화에 대응하는 작가들의 지표가 된다고 의미를 담고 있다. 미디어아티스트 오정향 작가가 초대된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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