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 소형 조각상 500여점
리우, 과학기술시대 인간 조명
이우림, 비현실적인 풍경 그림
장이규, 묘사 기반 풍경화 선봬
대구문화예술회관(관장 김형국)은 대구 미술계 중견작가들의 활동을 지원하고, 작가로서 재도약하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2022 올해의 중견작가’전을 22일부터 10월 29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 6~10전시실에서 연다.
대구문화예술회관이 매년 기획하는 ‘올해의 중견작가’전은 지역 미술계의 중심축이라 할 수 있는 40~60대 중견작가들을 초대, 그간의 작품 활동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활동에 전환점과 동력을 마련하려는 취지의 전시다. 2016년에 시작해 올해로 일곱 번째를 맞는다. 올해는 김상열, 김성수, 리우, 이우림, 장이규 등 5명의 작가가 선정됐다.
작가 김상열은 그간 나뭇가지, 잎 등의 식물 이미지를 활용하는 ‘비밀의 정원(Secret Garden)’ 연작으로 주목을 받아 왔다. 최근에는 ‘산’의 이미지를 소재로 하는 ‘바람의 정원(Wind Garden)’ 연작에 몰두하고 있다. 이 연작은 재를 미디엄과 섞어 캔버스에 바르고 그 위에 물감을 도포한 후 첩첩이 쌓인 산줄기의 형상을 천천히 드러내는 과정을 거침으로써 여러 단계의 다른 농도와 채도의 색면을 만들어 낸다. 이번 전시에선 ‘바람의 정원’ 연작 가운데 최근 완성한 대형 작업을 위주로 소개하고, 음악가와의 협업 영상 작업도 함께 선보인다.
김성수는 돌, 나무 등 조각의 재료가 되는 자연물의 원형과 특성을 최대한 살리면서 가공을 최소화하는 작업을 고수하는 작가다. 이번 전시에선 작가가 20년 가까이 깎아 오고 있는 소형 나무 인물 조각상(꼭두) 500여 점을 전시실 벽면에 가득 설치하고, 등신대의 신작 인물상과 설치 작업을 함께 선보임으로써 질병, 재난, 각종 사회적 병폐 등으로 어지러운 지금 ‘희망’, ‘아름다움’, ‘축복’에 대해 이야기한다.
다양한 장르를 통합하는 다원예술 형식을 추구하는 작가 리우는 최근 현실과 가상의 경계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선보이고 있는 영상설치 작업 ‘RATAVA’는 산스크리트어에서 비롯된 단어 아바타(avatar)를 거꾸로 쓴 것으로, 테크놀로지를 입고 신을 향해 나아가는 동시대 과학기술에 대한 비유로서 과학기술시대의 종교적 가치와 인간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작가가 만든 말이다. 최근 프로젝트인 ‘라타바 신전’은 자본과 테크놀로지로 구축된 미래의 디지털 신전에 관한 작업으로, 이번 전시에서는 ‘라타바 신전에 간 미다스 여왕’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쓰고 그에 따라 평면, 입체 작업으로 전시를 구성한다.
이우림은 자연 풍경과 인간, 동물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면서도 비현실적인 인상을 자아내는 ‘상상과 현실의 경계점’을 화폭에 담아 내며 오랜 기간 활발하게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애매모호하고 몽환적인 공간 속에 꽃무늬 패턴의 직물들을 넣어 한층 더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작가는 과감한 생략과 풍자적인 요소, 평면과 입체의 경계를 넘나드는 다채로운 표현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특유의 몽환적인 화풍을 대형 캔버스에 담아낸다.
장이규는 풍경화가 갖는 가치와 회화적 특징을 계승하고 발전시켜 나가고 있는 대구 구상화단의 대표적인 중견작가다. 작가는 대상에 대한 깊은 관찰과 분석에서 오는 정확한 데생과, 이를 주관적으로 재해석하고 표출하는 탁월한 능력을 통해 독자적 화풍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낮은 시점에서 자연을 바라보며 지평선을 강조한 화면 구성과 색채는 이제는 그의 독창적 조형성으로 인정받고 있다. 2020년 정년 퇴임후 작품 활동에 더욱 매진하고 있는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500호에 이르는 대작을 비롯한 신작들을 여러 점 선보인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