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미술협회 회원들의 전용 갤러리를 지난 5월에 개관하였다. 회원 전용 갤러리는 무료 대관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지난 8월부터 미협 회원을 상대로 대관 신청을 받은 후 21일 전시기획단에서 대관심의 후 2026년 6월까지 총 20회의 전시를 확정 하였다.
첫 번째 전시로 이인석 작가의 “캔버스는 내가 사는 大地이다”展을 개최 한다.
이인석 작가는 2023년 제43회대구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수상 하였으며
대구를 대표하는 작가로 활동 중이다.
작품을 통해 자신의 내면과 보편된 인간의 현재 또는 미래를 고민해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이인석의 大地 회화에 관하여
정종구 시각예술비평가
불은 기운(vitality)이다. 불이 물질을 태울 때 강한 열과 함께 화려한 스펙트럼의 빛을 생성한다. 불은 미술가 이인석이 최근 즐겨 쓰는 매체이다. 불이 발산하는 화려함에 비하면 그의 작업 결과물은 흑백이 주류인 엄숙한 침묵과 정적, 혹은 평안일 수도 있는 단조로움이 지배적이다. 작가의 또 다른 작업 과정으로서 ‘덧칠하기’와 ‘갈아내기’의 신체 행위도 이러한 침묵의 정서에 일조한다. 그는 화려한 불과 활력으로 우리에게 침묵의 정서를 제안하는 것이다.
이인석의 회화는 대지(大地)를 닮았다. 자연의 넓고 큰 땅을 경작하며 하늘에서 내려다본다면 이런 모습일 것이다. 이인석이 설계한 땅은 한 방향으로 반복하는 선의 리듬을 포함하거나 무리를 이룬 짧은 선의 조합, 단순한 색상과 동세, 신체 행위의 흔적으로 구성한 패널 회화의 형태로 관객을 마주한다. 작가는 작업 노트에서, 현실을 직시하고 극복해 나감으로써 현재가 과거를 새롭게 규정지을 수 있다는 삶의 태도를 자신의 화법으로 삼고 그 작업의 처소인 캔버스를 ‘대지’라고 정의한 적이 있다. 이것은 땅을 밟고 서 있는 인간의 삶과 미술 행위를 동등한 위계 가치로 인식한 것이다. 가까이서 살펴본 그의 회화는 쉽게 알아채기 어려운 추상적인 상징과 매끈하지 않은 질료를 논밭의 고랑처럼 경작한 땅의 표면 같기도 하다.
그의 미술은 연금술을 닮았다. 삶의 태도와 화법에서 그렇다. 흔하고 가치 없는 납에서 금과 같은 귀금속을 만드는 연금술은 원소의 성질을 변화시키면 다른 원소로 바꿀 수 있고, 물질을 구성하는 원소의 비율을 바꾸면 다른 물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기본 이론이다. 비록, 연금술이 금을 만드는 일에 실패하고 비과학적 학문이라는 비판을 받지만, ‘납을 금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라는 생각은 ‘사람도 잠재력을 끌어내어 새로운 존재로 변화할 수 있다’라는 계몽을 불러일으켰다. 철학적인 면에서 연금술은 금속이나 물질의 제련을 통해 연금술사 자신의 영혼을 더 높은 상태로 이끄는 행위였고, 사람들이 능동적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일깨우는 지성이었다. 이인석의 미술 행위는 이같이 자신을 긍정하고 고양하는 태도를 바탕에 둔다.
작가가 부직 섬유와 배합 물감을 사용하는 것은 재료의 성질을 변화시켜 새로운 가치의 회화를 만들겠다는 사고에서 기인하였을 것이다. 이 시도는 전통적인 회화의 재료와 방법을 전복하고 연금술의 궁극적인 그것처럼 회화의 면모를 새롭게 제안한다는 의미이다. 그것은 굳어서 강화된 배합 물감을 사포로 갈아서 감춰진 밑바탕의 색이 드러나게 하거나 부직 섬유를 불로 녹여 만든 고랑의 선이 리듬을 만들고 섬유류 사이로 삐져 솟아오른 배합물이 흔적을 만드는 행위이다. 일면에서 그의 미술 탐구는 본질주의적이다. 즉, 그는 ‘회화란 무엇인가?’라고 묻고 그 질문에 대하여, 물질의 배치와 구조를 현묘하게 구성하는 경영위치(經營位置)라는 측면에서 회화를 해석하고 답한다. 그렇다면 왜 이런 문답을 탐구하는가? 혹시, 그가 “지금의 미술 혹은 회화가 자기 고유의 문법을 상실한 것이 아닐까?”라는 의구심을 품고 있나? 그럴 수 있다. 그런 이유로 그의 미술 행위는 가장 근본적이고 기본적인 요소를 남기는 방식으로 회화의 본질을 탐구한다. 그가 제시하는 회화는 이렇다. 첫째; 그림을 지지하는 바탕과 그 위에 물성이 있고, 둘째; 그 물성이 두께와 면적을 가진 공간 구조를 형성하며, 셋째; 그 구조가 잘 드러나도록 최소한의 색을 사용하여, 넷째; ‘만들다’라는 신체 행위로 논의하는 것이다. 여기서 ‘만들다’는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라 만드는 이의 행위 시간과 행위 자체를 논의의 중심에 두는 것이다. 작가는 어쩌면 회화의 본질일 수도 있는 이 개념, 과정으로서 ‘행위와 시간’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미술에서는 결여한 성질을 자신의 회화에서 다루려고 하는 것이다. 지금의 미술이 결여한 성질들, 화법과 행위와 시간의 가치에 대한 작가의 비판적 제안을 수용하여 해법을 구하자면 이런 화법을 기억할 수 있다. 500~535년경 중국에서 활동했던 사혁(謝赫)의 『고화품록』에 소개한 육법이다. “첫째; 기운(氣韻)이 생동하며, 둘째; 윤곽을 그리는 데 붓의 법칙이 있고, 셋째; 사물에 대응하여 형상을 정확히 재현하고, 넷째; 그리는 대상의 종류에 따라 채색이 적절하고, 다섯째; 사물을 배치하고 구조를 현묘하게 구성하여, 여섯째; 모사함에 화가의 정신이 그대로 전달되어야 한다.”라는 옛 그림의 문법이 대안인데 작가의 생각은 알 수 없다.
철학자 다카쿠와 가즈미가 예술은 인간의 오감을 갱신하는 저항 행위라고 말했다. 이 행위는 세계에 대한 인간의 지각을 매개로 한다. 이인석의 회화를 만나는 것에서 비롯되어, 화려한 불에 가려져 흩어져 보이는 지금・여기의 세계를 명료하게 인식하고, 앞으로도 우리가 자신을 직면하는 서사(敍事) 행위를 지속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작가 프로필
영남공업전문대학 응용미술과 졸업(1986)
개인전 6회
대구현대미술2025-‘NOW‘(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 2025
Conversation with art(보나갤러리, 대구) 2025
대구현대미술2024-‘우리가 하려는 그 무엇‘(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 2024
Exposition de Printemps 한국‧프랑스 교류전(갤러리 뷰, 대구) 2024
제18회 국내 우수작가 초대전(영남대학교 천마아트센터, 경산) 2024
달서아트페스티벌(달서아트센터, 대구) 2023
제4&6회 수성빛예술제(수성못 일원, 대구) 2022, 2024
달성대구현대미술제(강정보 디아크 광장, 달성군) 2021
서구문화회관 기획초대전 ‘세 개의 기둥’(서구문화회관, 대구) 2020
햇살이 따뜻한 미술관 ‘아트리움’(서구문화회관, 대구) 2019
아양아트센터 기획 동촌조각축제(아양아트센터 아양기찻길, 대구) 2018
외 초대·단체전 100여 회
現) 대구미술대전 초대작가(서양화 & 디자인분과)
대구미술협회, 대구현대미술가협회
첫 번째 전시로 이인석 작가의 “캔버스는 내가 사는 大地이다”展을 개최 한다.
이인석 작가는 2023년 제43회대구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수상 하였으며
대구를 대표하는 작가로 활동 중이다.
작품을 통해 자신의 내면과 보편된 인간의 현재 또는 미래를 고민해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정종구 시각예술비평가
불은 기운(vitality)이다. 불이 물질을 태울 때 강한 열과 함께 화려한 스펙트럼의 빛을 생성한다. 불은 미술가 이인석이 최근 즐겨 쓰는 매체이다. 불이 발산하는 화려함에 비하면 그의 작업 결과물은 흑백이 주류인 엄숙한 침묵과 정적, 혹은 평안일 수도 있는 단조로움이 지배적이다. 작가의 또 다른 작업 과정으로서 ‘덧칠하기’와 ‘갈아내기’의 신체 행위도 이러한 침묵의 정서에 일조한다. 그는 화려한 불과 활력으로 우리에게 침묵의 정서를 제안하는 것이다.
이인석의 회화는 대지(大地)를 닮았다. 자연의 넓고 큰 땅을 경작하며 하늘에서 내려다본다면 이런 모습일 것이다. 이인석이 설계한 땅은 한 방향으로 반복하는 선의 리듬을 포함하거나 무리를 이룬 짧은 선의 조합, 단순한 색상과 동세, 신체 행위의 흔적으로 구성한 패널 회화의 형태로 관객을 마주한다. 작가는 작업 노트에서, 현실을 직시하고 극복해 나감으로써 현재가 과거를 새롭게 규정지을 수 있다는 삶의 태도를 자신의 화법으로 삼고 그 작업의 처소인 캔버스를 ‘대지’라고 정의한 적이 있다. 이것은 땅을 밟고 서 있는 인간의 삶과 미술 행위를 동등한 위계 가치로 인식한 것이다. 가까이서 살펴본 그의 회화는 쉽게 알아채기 어려운 추상적인 상징과 매끈하지 않은 질료를 논밭의 고랑처럼 경작한 땅의 표면 같기도 하다.
그의 미술은 연금술을 닮았다. 삶의 태도와 화법에서 그렇다. 흔하고 가치 없는 납에서 금과 같은 귀금속을 만드는 연금술은 원소의 성질을 변화시키면 다른 원소로 바꿀 수 있고, 물질을 구성하는 원소의 비율을 바꾸면 다른 물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기본 이론이다. 비록, 연금술이 금을 만드는 일에 실패하고 비과학적 학문이라는 비판을 받지만, ‘납을 금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라는 생각은 ‘사람도 잠재력을 끌어내어 새로운 존재로 변화할 수 있다’라는 계몽을 불러일으켰다. 철학적인 면에서 연금술은 금속이나 물질의 제련을 통해 연금술사 자신의 영혼을 더 높은 상태로 이끄는 행위였고, 사람들이 능동적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일깨우는 지성이었다. 이인석의 미술 행위는 이같이 자신을 긍정하고 고양하는 태도를 바탕에 둔다.
작가가 부직 섬유와 배합 물감을 사용하는 것은 재료의 성질을 변화시켜 새로운 가치의 회화를 만들겠다는 사고에서 기인하였을 것이다. 이 시도는 전통적인 회화의 재료와 방법을 전복하고 연금술의 궁극적인 그것처럼 회화의 면모를 새롭게 제안한다는 의미이다. 그것은 굳어서 강화된 배합 물감을 사포로 갈아서 감춰진 밑바탕의 색이 드러나게 하거나 부직 섬유를 불로 녹여 만든 고랑의 선이 리듬을 만들고 섬유류 사이로 삐져 솟아오른 배합물이 흔적을 만드는 행위이다. 일면에서 그의 미술 탐구는 본질주의적이다. 즉, 그는 ‘회화란 무엇인가?’라고 묻고 그 질문에 대하여, 물질의 배치와 구조를 현묘하게 구성하는 경영위치(經營位置)라는 측면에서 회화를 해석하고 답한다. 그렇다면 왜 이런 문답을 탐구하는가? 혹시, 그가 “지금의 미술 혹은 회화가 자기 고유의 문법을 상실한 것이 아닐까?”라는 의구심을 품고 있나? 그럴 수 있다. 그런 이유로 그의 미술 행위는 가장 근본적이고 기본적인 요소를 남기는 방식으로 회화의 본질을 탐구한다. 그가 제시하는 회화는 이렇다. 첫째; 그림을 지지하는 바탕과 그 위에 물성이 있고, 둘째; 그 물성이 두께와 면적을 가진 공간 구조를 형성하며, 셋째; 그 구조가 잘 드러나도록 최소한의 색을 사용하여, 넷째; ‘만들다’라는 신체 행위로 논의하는 것이다. 여기서 ‘만들다’는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라 만드는 이의 행위 시간과 행위 자체를 논의의 중심에 두는 것이다. 작가는 어쩌면 회화의 본질일 수도 있는 이 개념, 과정으로서 ‘행위와 시간’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미술에서는 결여한 성질을 자신의 회화에서 다루려고 하는 것이다. 지금의 미술이 결여한 성질들, 화법과 행위와 시간의 가치에 대한 작가의 비판적 제안을 수용하여 해법을 구하자면 이런 화법을 기억할 수 있다. 500~535년경 중국에서 활동했던 사혁(謝赫)의 『고화품록』에 소개한 육법이다. “첫째; 기운(氣韻)이 생동하며, 둘째; 윤곽을 그리는 데 붓의 법칙이 있고, 셋째; 사물에 대응하여 형상을 정확히 재현하고, 넷째; 그리는 대상의 종류에 따라 채색이 적절하고, 다섯째; 사물을 배치하고 구조를 현묘하게 구성하여, 여섯째; 모사함에 화가의 정신이 그대로 전달되어야 한다.”라는 옛 그림의 문법이 대안인데 작가의 생각은 알 수 없다.
철학자 다카쿠와 가즈미가 예술은 인간의 오감을 갱신하는 저항 행위라고 말했다. 이 행위는 세계에 대한 인간의 지각을 매개로 한다. 이인석의 회화를 만나는 것에서 비롯되어, 화려한 불에 가려져 흩어져 보이는 지금・여기의 세계를 명료하게 인식하고, 앞으로도 우리가 자신을 직면하는 서사(敍事) 행위를 지속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작가 프로필
영남공업전문대학 응용미술과 졸업(1986)
개인전 6회
대구현대미술2025-‘NOW‘(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 2025
Conversation with art(보나갤러리, 대구) 2025
대구현대미술2024-‘우리가 하려는 그 무엇‘(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 2024
Exposition de Printemps 한국‧프랑스 교류전(갤러리 뷰, 대구) 2024
제18회 국내 우수작가 초대전(영남대학교 천마아트센터, 경산) 2024
달서아트페스티벌(달서아트센터, 대구) 2023
제4&6회 수성빛예술제(수성못 일원, 대구) 2022, 2024
달성대구현대미술제(강정보 디아크 광장, 달성군) 2021
서구문화회관 기획초대전 ‘세 개의 기둥’(서구문화회관, 대구) 2020
햇살이 따뜻한 미술관 ‘아트리움’(서구문화회관, 대구) 2019
아양아트센터 기획 동촌조각축제(아양아트센터 아양기찻길, 대구) 2018
외 초대·단체전 100여 회
現) 대구미술대전 초대작가(서양화 & 디자인분과)
대구미술협회, 대구현대미술가협회